나는 스케이트를 탄다. 그런 지 일 년이 조금 넘었다. 그런데도 늘 링크장에 첫 발을 내딛는 그 순간은 낯설고 어색하다. 뻣뻣하게 긴장한 발을 괜히 힘차게 움직여 얼음을 몇 번 지치고 난 후에야 온몸에 빠짝 들어간 힘이 겨우 빠진다. 운동을 끝내고 링크 밖을 나서며 생각한다. 이렇게 열심히 타도, 결국 내일 얼음에 발을 대는 순간은 다시 어색하고 긴장되겠지...
간만에 글을 써 볼까 싶어서 포스타입에 로그인했다. 나는 지금 이미 너무나도 우울하고 생각이 많기 때문에, 글마저 우울하고 복잡하고 길어지는 걸 원하지 않아. 그래서 원고지도 없이 글을 쓴다. 검토도 안 할 거고, 맞춤법 검사도 안 할 거다. 캡슐커피머신을 산 것이 아직까진 올해의 가장 멋진 소비였다. 십만 원 정도의 저렴한 머신을 샀는데, 한 학기 동안 ...
대학교 1학년 때 교양 필수 과목으로 회계를 들어야 했다. 경제에 별 관심이 없던 나는 그때 처음으로 감가상각이라는 개념을 배웠다. 배운 내용은 기존에 알던 상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. 감가상각이란 특정 자본에 내용연수와 감가상각 방법을 정해서 계속 그 잔존가치를 깎아내려가는 것이라고 했다. 그러니까 내용연수가 5년인 선풍기 한 대를 구매했다 치자. 처음에...
아무 의욕이 없다. 여행도 잘 다녀왔는데 어쩐지 피곤하다. 종일 누워서 피겨 영상을 봤다. 새 시즌이 시작됐다. 러시아에 있느라 주그프 1차는 생중계를 보지 못 했다. 2차에 출전하는 코스톨나야의 새 프로그램을 간절히 기다리는 한 주가 될 것 같다. 주그프를 보다 보면 마음이 이상해진다. 열넷 열다섯 하는 선수들이 한 시즌동안 치열하게 경쟁하고 성장한다. ...
어느 삶은 참 하드코어 하다. 이런 얘기를 하면 열 명 중 아홉 명 정도는 사는 건 모두에게 힘들다며 유난 떨지 말라 얼굴을 찌푸리고, 그래서 구구절절 변명하는 것을 멈추곤 한다. 그러나 그러한 삶을 살아내는 사람들은 스스로 알고 있다. 내 삶, 인정하기 싫지만 남들보다 좀 이상하다는 걸. 게임은 제작사가 밸런스 패치를 해 주는데, 삶은 도무지 난이도가 조...
피곤하고 지치는 것 같다고 솔직히 말했다. 그럼 보지 않는게 마음이 편한 거 아니냐고 묻길래 울다가 웃어 버렸다. 엉덩이에 뿔이 날지도 모를 일이다. 있잖아 나는 너를 만나러 가다가 가끔 펑펑 울어. 그래도 너를 안 보면 차마 한 주를 보낼 수가 없는거야. 설령 너 때문에 너무 마음이 아프고 힘들어도 그냥 그럴 수가 없는거야. 네가 언제 시간 괜찮냐고 말만...
자몽청을 한다고 온종일 앉아서 자몽 한 상자를 다 깠다. 그냥 슬라이스해서 청으로 만들면 되는 레몬이나 라임과는 달리 자몽은 속껍질이 뻣뻣하기 때문에 일일이 손으로 까서 알맹이만 사용해야 한다. 퍽 힘들었다. 요 며칠 뭔가 써낼 기운도 없고 쓴 것도 다 쓰레기 같아 상심 중이었는데, 차라리 글이나 쓰고 싶다고 생각할 만큼 귀찮은 일이었다. 일단 베이킹소다 ...
사람이 싫다. 아픈 사람, 건강한 사람, 조용한 사람, 시끄러운 사람, 큰 사람, 작은 사람 할 것 없이 모조리 싫어한다. 사람이 많은 건 더 싫다. 아픈 건강한 조용한 시끄러운 큰 작은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소음과 악취와 열기를 혐오한다. 모두를 공평하게 싫어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남들과 다른 색으로 반짝이는 사람이 무서웠다. 쉴 새 없이 존재감을 뿜어내,...
우연히 지하철에서 앞 사람 휴대폰을 보게 되었다. 앞자리에 앉은 여자는 유난히 고개를 갸웃거리며 어딘가에 몰두하고 있었고, 나는 그것이 실례되는 일임을 알면서도 무의식적으로 그녀가 몰두하는 대상, 그러니까 휴대폰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. 그 사람은 퍼즐을 풀고 있었는데, 순서 없이 나열된 글자들을 조합해 단어를 만들어야 하는 것 같았다. 풀려고 애쓰지 않았...
엄마의 평생 숙원 중 하나는 물에 뜨기였다. 우리 엄마는 물을 굉장히 무서워하는 사람이었는데, 그런 엄마가 어느 날 수영을 배우겠다 선언했다. 우리 가족은 깔깔 웃었지만, 엄마는 그에 굴하지 않고 집 근처 문화센터에 등록했다. 일주일쯤 지났을 무렵 발차기 연습을 끝낸 다른 아줌마들은 하나둘 물에 뜨기 시작했다. 그때 엄마는 물속에서 걷고 있었다. 시간이 더...
화장은 매우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는 활동이고, 나는 일주일에 한 번 화장을 한다. 어제였나 우연히 다이소에서 파는 인조 속눈썹 리뷰를 보게 됐다. 평소 짙은 화장은커녕 선크림에 눈썹-작은 자존심-만 그리고 다니는 나에게 인조 속눈썹이란 정말 컵 스카우트 시절 샀던 오리털 침낭보다 필요 없는 무언가였기 때문에, 나는 '대란템' 이라는 호들갑을 훌훌 넘겨버렸다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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